연구실을 나서니 눈이 온다.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많이.
구두를 신은 탓에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걸었다. 담배를 쥐고 있는 왼손이 너무 시려워서 재빨리 담배불을 끄고 두 손을 잠바 주머니에 넣었다.
여전히 난 눈을 보면 센티해진다. 눈을 보고 순수하게 탄성을 지를 정도는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그렇게 느낀단 말이다. 그러나 더이상 예전처럼 맘껏 눈을 좋아하지는 못하게 된 것같다.
눈이 오면 생각나는 추억... 그런 게 있었던가?
몇 안 되는 기억 중 하나는 초등학교 시절 폭설 탓에 휴교를 했던 것.
3년 전 내린 폭설로 연구실 건물 옆에서 이글루와 눈 조각상 - 우리는 '여인상'이라 이름붙였다 - 을 만들었던 것.
공교롭게도 로맨틱한 기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