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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1

연구실을 나서니 눈이 온다.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많이.

구두를 신은 탓에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걸었다. 담배를 쥐고 있는 왼손이 너무 시려워서 재빨리 담배불을 끄고 두 손을 잠바 주머니에 넣었다.

여전히 난 눈을 보면 센티해진다. 눈을 보고 순수하게 탄성을 지를 정도는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그렇게 느낀단 말이다. 그러나 더이상 예전처럼 맘껏 눈을 좋아하지는 못하게 된 것같다.

눈이 오면 생각나는 추억... 그런 게 있었던가?

몇 안 되는 기억 중 하나는 초등학교 시절 폭설 탓에 휴교를 했던 것.

3년 전 내린 폭설로 연구실 건물 옆에서 이글루와 눈 조각상 - 우리는 '여인상'이라 이름붙였다 - 을 만들었던 것.

공교롭게도 로맨틱한 기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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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시작은 초라하지만...?

결국 또 저지르고 말았다.

네이버에서 처음 둥지를 틀었던 블로그는 폭파됐고,
이글루스로 넘어가서 만든 블로그는 본의아니게 흔적도 남기지 않게 됐고,
가장 공들였던 구글 블로그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마지막 글을 올린 게 언제였더라.

특별히 블로그의 필요를 느낀 적은 없지만, 가끔씩 욱하고 올라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심정으로 괴로워질 때면 무엇이든지 소리쳐보고 싶은 공간이 필요했다. 물론, 그것들은 대부분 "시간이 약" 이라는 명제를 철저히 증명해주는, 이른바 가비지(garbage)들이긴 하다. 하지만 가끔은 그것들이 과연 가비지였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한번 올라왔던 감정과 말들은 또다시 되풀이되기 마련이고, 최소한 그것들 앞에서 뭔가 내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고 싶어졌다.

그런 것들을 위해 돈 - 도메인 등록하고, 웹호스팅 신청하고.. - 을 쓰는 건 처음이구나. 잘하고 있는 걸까? 정말 오늘도 내 인생에 문제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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