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번째 생일

지난 월요일은 29번째 생일이었다. 2010년 5월 17일.

최근 몇 년 간 생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무언가 한 건 없지만, 이번에는 한국을 떠날 날이 몇 달 남지도 않아서 오랜만에 부모님이 계신 집에 들러서 식사도 하고 술도 마셨다.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중년을 넘어서 노년에 가까워진 부모님이지만 여전히 나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신 듯했다. 조금 달라진 건, "너도 이제 여자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 고 슬쩍 운을 띄우시는 정도였다. 원래부터 내 연애사에는 관심도 없으셨고, 오히려 연애가 공부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지만, 서른이 되어서 혼자 지내는 나를 보고 것이 조금 측은하게 생각하시는 듯했다. 여전히 어머니는 "결혼이야 2, 3년 후에 생각해도 되지 않느냐. 내가 점을 봤는데 너는 늦게 결혼할 수록 좋다고 하더라..." 는 묘한 말을 남기셨지만... 원래 집에 다녀올 계획이 없다가 문득 생일이 다가온 걸 보고 내린 집에 다녀올 결정을 내린 터라 오래 머물지 않고 하룻밤만에 다시 돌아왔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로 무기력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한국을 떠날 준비는 아직 시간이 있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진행하던 일도 벽에 부딪친 후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선배들은 모두 졸업하고 떠났다. 후배들은 하루 종일 있어도 말을 거의 하지 않거나, 교회 일이 있다고 자주 빠져나가거나 하는 등의 일로 거의 교류가 없다. 술을 마실 사람도 없어서 거의 항상 혼자 술을 사서 방에 앉아서 마시다 보니 이게 습관이 되서 오히려 예전보다 음주량이 크게 늘었다. 출근하면서 오늘은 술을 마시지 말자고 다짐했다가 퇴근하면서 반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방을 떠올리며 술을 사는 매일이 이어지고 있다. 역시 혼자 살아가는 것이 문제인가.

원래라면 생일 당일에 글을 썼겠지만, 당일에는 빨리 처리해야할 일이 들어온 데다가 글을 쓸 의욕도 없었다. 그래도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기기에는 조금 아쉬워서 이제야 글을 쓴다. 언젠가 지금의 나를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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